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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1-01-14 18:29
성매매 시킨 그놈, 그 위에 형님... 그들은 '범단'이었다
 글쓴이 : 샬라송송44
조회 : 41  
미성년자를 성매매로 내모는 성착취 범죄의 상당수는 개인의 일탈에 의해 벌어지는 게 아니다. 여럿이 모여 역할을 나누고 범죄 수익을 적절히 분배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들을 '범죄조직'으로 판단할지 여부는 처벌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형법 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 때문이다.

제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다만,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즉 중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단체 혹은 집단을 조직하거나(범죄단체조직죄), 그 조직에 가입하거나(범죄단체가입죄), 그 조직에서 활동하면(범죄단체활동죄) 최대한 감경 없이 법정형대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조주빈에게 형법 114조가 적용돼 징역 40년형이 선고된 바 있다. 'n번방' 등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자행된 성착취를 수사기관 및 법원이 범죄집단에 의한 조직적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과거 형법 114조로 처벌된 이들은 주로 조직폭력배였다. 최근엔 보이스피싱 범죄자들 대부분에게 이 죄명이 적용되고 있다. 한동안 보이스피싱 범죄자는 사기죄로 처벌될 뿐이었다. 이 때문에 범죄의 폐해에 비해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검찰은 2016년에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에게 처음 형법 114조를 적용했고, 법원이 해당 조직을 범죄단체로 인정해 총책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총책뿐만 아니라 간부 및 일개 조직원들에게도 형법 114조가 적용돼 대부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때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 대부분에 형법 114조를 적용하는 판례가 굳어졌다.

지난 8월 중고차 사기단에도 처음 형법 114조가 적용됐다. 대법원은 "이들은 대표·팀장·출동조·전화상담원 등 정해진 역할 분담에 따라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 즉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에 해당한다"며 1·2심 판결을 뒤집고 중고차 사기단을 범죄집단으로 판단했다.

생략

위 사례들에 형법 114조가 적용됐으면 어땠을까. 앞서 소개했듯 대법원은 "정해진 역할 분담에 따라 사기 범행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체계를 갖춘 결합체"를 '범죄집단'으로 인정했다. 사건에 따라 구체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위 사례들처럼 미성년자를 성매매로 내모는 조직적 성착취 범죄에 형법 114조의 적용이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이은의 변호사는 "(이러한 범죄의 경우) 한 명이 단독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알선하고, 종용하고, 나눠먹는 여러 명이 있고 그 생태계 맨 끝에 있는 여자 아이가 성매매를 하러 나오는 거다"라며 "여럿이 일정한 목적을 갖고 임무를 나누고 수익을 나눠 갖는 사례라면 범죄단체·집단으로 봐야 하는데,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하루 빨리 조직적으로 미성년자의 성을 착취하는 이들을 엄단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일선 수사기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지역 22년차 형사는 "성구매자, 알선책, 어플을 통한 중간 유인책이 얽히고설켜 있다"라며 "단순히 성구매자만 기소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하나하나 연결고리를 따져가며 조직의 실체를 조사하거나, 성구매자나 말단 알선책이라도 모두를 중요선상에 놓고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형법 114조를 적용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법원에서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경찰·검찰 단계에서 본질을 파헤치는 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서울 지역 35년차 형사는 "이 범죄도 보이스피싱처럼 조직이 커지고 있다. SNS, 어플 등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고 가담자도 많아졌다"라며 "몸집이 커지면 뭐든 조직화되기 마련이다. 이미 조직화·전문화된 영역의 범죄를 수사하려면 경찰도 그에 맞는 전담부서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오선희 변호사는 "근래 들어 디지털 장비가 동원된 것을 제외하곤 사실 미성년자 성매매는 고전적인 범죄라고 볼 수 있다"라며 "수사기관도 '캐면 나온다'는 걸 알지만 그럴 여력, 자원, 시간, 노력을 들일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을 캐내려면 정말 밤 새가며 품을 들여야 하는데 지금 구조에서 그럴 경우 다른 사건들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라며 "개개인의 노력에 맡길 것이 아니라 자원이 보강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수사'는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기사전문 http://n.news.naver.com/article/047/0002298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