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와 다른 입식을 구분하는 요소는 바로 엉덩이가 땅에 닿은 뒤에도 경기가 멈추지 않는다는 거임. 상대를 눌러놓은 뒤 내 체력을 회복하거나, 아예 피니시를 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숙련된 그래플러에게 테이크다운은 필수적인 요소지.

그러면 반대로, 그래플링이 딸리는, 혹은 상대의 페이스에 맞춰 주기 싫은 선수는 온 힘을 써서 테이크다운을 방어해야겠지. 

그리고 이에 대해, 현대 mma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의 테이크다운 방어법을 만들어 냈음. 이제부터 설명 들어감.

첫 번째는 스프롤&브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양 다리를 벌리고, 언더훅을 파서 상대의 그립을 강제로 뜯어내지. 이게 다임. 단순하고, 효과적이고, 존나게 힘들지. 체인 레슬링에 능숙한 상대라면 어쨌건 끌려나가기도 쉬움. 또 케이지에 박히는 순간 스프롤은 무너지게 됨. 이런 이유 때문에 스프롤은 경기장이 막히지 않은 링, 혹은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파이터가 아닌 이상 써먹기 곤란하기는 했어.

여튼 그래도 가장 기본적인 방어법이기도 하고, 스프롤로 막은 뒤에 림프 레그를 하거나, 스프롤이 깨졌을 때 쿼드포드(사각대)를 사지를 이용해 세운 뒤 일어나는 식의 테이크다운 방어는 척 리델이 선보인 이후 수많은 파이터들의 필수 요소가 되었지. 옛날에는 다 주사맞고 경기해서 스프롤을 죽어라 찍어도 체력이 안 빠졌기 때문에, 프리-유사다 에라의 주력 TDD가 되었어. 

요약하자면 스프롤-싱글렉 잡히면 림프레그-넘어가면 엎드린 후 양팔다리로 사각대 세워서 일어난 뒤 열심히 줘패기가 되는 거야. 참 간단하지?

근데 이건 또 단점 아닌 단점을 불러오기는 하지. 스프롤은 불알을 매트에 깔 정도로 쑥 내릴수록 더욱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스탠스는 낮아질 수 밖에 없어. 고참들 중 아직까지 살아남은 파이터들의 스탠스는 천편일률적으로 낮고 블레이디드하지. 낮은 자세에서 기동성을 취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거야. 어쨌든 이런 자세는 가라데, 복싱의 스탠스와 흡사했기 때문에 스프롤이 강한 파이터들은 대체로 복싱의 비중이 높은 감이 있어.

근데 그래서 무에타이가 도태되고 가라데와 복싱 스타일이 주류를 차지했다가 어느 시점부터 또 상황이 바뀌었어. 월워킹의 효용성이 선수들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아예 스프롤을 버리고 월워크에 몰빵을 하는 스타일이 생겨났거든.

월워킹이 뭐냐, 원래는 테이크다운을 당했을 때 엉덩이를 빼서 앉은 자세로 상체를 일으킨 뒤 케이지에 등을 대고 몸을 비비적대면서 일어나는 방식이야. 스프롤이 망해서 케이지에 박히면 강제적으로 이 포지션으로 전환하게 되었지. 근데 어라? 이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스프롤쳐서 빠져나가는 경우보다 많네? 체력만 빠지고 오버핸드 맞기도 딱 좋은 스프롤, 그냥 버리고 월워크만 열심히 해서 일어나면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지.

이제 선수들이 월워크를 죽어라 파다 보니, 여기에서 여러 가지 파생 기술을 사용하게 됨. 대표적으로는 힙 스위치-싯아웃과 길로틴이 있어.

스위치는 상대의 다리에 내 손을 걸어 바디락을 뜯어내고 강제로 포지션을 리버설하는 레슬링 기술이야. 하체관절기를 걸수도 있고 상위포지션으로 올라가서 바로 스탠딩할수도 있고 그리고 이게 안 먹히면? 길로틴을 팔 수 있어. 상대가 길로틴을 방어하면? 다시 월워크로 비벼서 일어나는 거야. 이 세 콤보가 언제부턴가 테이크다운 디펜스의 주류가 되었어. 

어쨌건 이런 기술을 하도 많이 써먹다 보니까, 하빕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레슬러들은 이제 다시 해결책을 찾아내지. 레그 마운트와 하빕 컨트롤-투온원 바디락이 바로 그 예야. 어찌저찌 케이지등에 대고 일어나도 케이지에 갇히게되고 그라운드로 빨려들어가면 그라운드 파운딩.

근데 이러면 또 카운터 기술이 나올 수 밖에 없지. 하빕 컨트롤과 레그 마운트로 케이지에 비비는 것에 대한 카운터로, 이제는 다시 케이지를 등진 뒤 가드 플레이를 하게 되지. 결국 유행은 돌고 돈다고, 구식 메타로 여겨졌던 가드게임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거지. 

어쨌든 이런 메타의 변화가 스트라이커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느냐, 호르헤 마스비달, 헤나토 모이카노, 대런 틸과 같은 높은자세의 무에타이 스트라이커의 스탠스를 살펴보면 굉장히 높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음. 딮, 바디킥, 빠른 후퇴를 위해 스프롤을 아예 포기한 거야. 넘어지면? 상관 없지. 벽에 문대서 일어나면 땡이거든. 유사다가 극성이라 이제 힘발로 케이지에 구겨놓지도 못해. 적당히 버티다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거야.

이러한 흐름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종합격투기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거임. 더 이상 스프롤은 만능방어가 아니고, 가드는 버러지 전략이 아니게 되었음. 그리고 사실 이 말고도 테이크다운을 방어하는 기술 자체는 굉장히 많아. 태클치기 전부터 먼저 막아버리는 것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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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격투기 태동기인 30년전만하더라도 사실상의 길거리 막싸움에서 다양한 기술과 수싸움으로 현대 MMA는 진화하게 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