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v.daum.net/v/20220823000358311
러에 맞서 美·서방 똘똘.. 신냉전체제 돌입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앞둬
자원·식량 무기화.. 핵위협 확산
24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되는 날이다. 초창기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패배로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이제 양국 차원을 넘어 전 세계 국제정치와 경제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변화했다.
정치·군사 분야에선 민주진영과 전체주의 독재 진영이라는 ‘신냉전 체제’가 들어섰다. 세계경제 질서도 이번 전쟁으로 180도 바뀌고 있다. 1990~2010년대 완성됐던 국제 무역·원자재·공업·공급망 체계가 무너지면서 각국에선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이은 경제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에너지·자원·식량의 무기화, 대량살상 핵무기의 위협이 급부상하고 있다.
더 강력한 나토·민주진영 단일대오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은 미국과 서방을 더욱 단단하게 결합시켰다. 애초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도와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간 것이다.
경제 동맹에 불과했던 유럽연합(EU)은 체코,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발트3국, 폴란드 등 러시아 접경 동구권 국가를 더욱 결속시켜 서방을 대표하는 정치 동맹으로 성격을 바꿨다.
70년 넘게 중립노선을 지켜온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 가입 막바지 단계에 돌입했다. 두 국가가 가입하면 나토의 영토는 2배 늘어나고, 러시아는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여겼던 발트해와 북극해마저 견제받게 된다. 냉전 종식 후 유명무실했던 나토는 이번 전쟁으로 유럽의 정치·군사 질서의 중심으로 부상했으며,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하는 실질적 억지력으로 작용하게 됐다.
반면 러시아는 세르비아 헝가리 등 극소수 친러 정권을 제외하곤 유럽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악수를 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6개월 만에 러시아는 중진국 이상 국가 중 중국 등 10여개국을 제외하면 어디서도 ‘친구’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옛 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던 ‘푸틴 러시아’는 자신들에 동정적이던 독일과 프랑스마저 적으로 돌린 것은 물론 옛 위성국이던 동유럽 약소국들까지 모두 서방진영에 내주게 된 것이다.
파괴된 ‘러시아=군사대국’ 등식
지난 6개월간 러시아의 전쟁 전략은 소모전이었다. 동원 가능한 모든 무기와 병력을 쏟아부었지만 첨단 서방 무기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하지 못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려다 엄청난 손실을 입고 후퇴해야 했으며 점령지인 돈바스 지역, 남부 헤르손주, 마리우폴도 지키기 힘겨운 상태다.
미국산 무기보다 더 첨단이라고 자랑하던 러시아제 무기들은 ‘카탈로그 병기’란 치욕적인 별명을 갖게 됐다. 제원을 소개한 카탈로그 책자에만 그럴싸할 뿐 실제 전장에선 무참할 정도로 쉽게 서방제 무기에 의해 파괴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EU에 의해 설계된 치명적 제재로 경제조차 몰락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푸틴과 올리가르히(경제특권층)의 엄청난 자산이 전부 동결됐고,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의 수출길도 차단당하고 있다.
180도 바뀐 글로벌 경제 분업체계
이번 전쟁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반러·반중 세계경제 질서를 창출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이 질서 안에 새로운 글로벌 분업 체계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반도체 수입과 서방산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기 위한 ‘칩4(Chip4) 동맹’이 대표적이다. 미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이 동맹에 한국까지 가세하면 두 국가는 반도체가 필요한 모든 공업에 타격을 받게 된다.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꽤 높은 우리나라도 민주진영 글로벌 분업체계에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인 셈이다.
‘러시아는 석유 천연가스 공급, 중국은 각종 상품 및 중간재 생산, 서방 선진국은 러·중산 제품 수입국’이란 지금까지의 글로벌 분업 체계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완전히 붕괴됐다.
서방은 러시아 대신 새로운 수입국, 새로운 대체 에너지 수단을 찾는 데 집중하면서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공장을 빼내 인도 등 다른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경제를 분석하면서 “최근의 인플레이션과 불황 공포는 기존 글로벌 분업 체계가 사라지고 새로운 경제 체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불황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6월 전년 대비 9.1%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도 지난달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밸브를 잠그면서 올겨울 유럽의 전기·가스비는 전년에 비해 2∼3배 오르는 ‘요금 폭탄’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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