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한 국가기관 지방관서에서 수습 과정을 밟고 있던 계약직 신입직원 A씨는 선배 공무원인 B씨로부터 황당한 메시지를 받았다. 집까지 차를 태워주겠다는 B씨의 제안을 거절하자 돌아온 답이었다. B씨는 A씨의 채용경로를 비하하며 “어디 가서 공무원이라고 자랑하지 마요 쪽팔리니깐 ㅋㅋ” 등 모욕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B씨는 평소 다른 공무직이나 계약직 직원들 앞에서도 “나는 공무원이라 잘못을 해도 자를 수 없다”는 등 직종에 따른 위화감을 조성하는 말을 하곤 했다.
B씨는 공채시험을 거친 다른 공무원에게도 ‘시보기간이 끝나면 마카롱을 돌려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보란 공채에 합격한 공무원이 정식 임용되기 전 일정 기간 실무를 하며 일을 배우는 제도다. 시보 종료 때 다른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는 공무원의 ‘시보떡 문화’가 악폐습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한 술 더 떠서’ 마카롱을 돌리라고 강요한 것이다.
공채신분제, 시보떡···“근절돼야 할 문화”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러시’를 부르는 공직사회의 부조리한 조직문화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용 경로로 사람을 차별하는 ‘공채신분제’부터 ‘시보떡’까지 불합리한 관습이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씨의 징계의결서를 보면 채용경로 비하와 시보떡 요구 등으로 징계위원회에 오른 B씨는 ‘견책’ 처분을 받았다.
B씨는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나름의 항변을 했다. B씨는 징계위에서 수습사원 A씨에게 한 비하발언을 두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A씨가 어린 나이에 업무를 하는 것이 대견하다고 생각했지만, A씨가 (차량 탑승 제안에)‘그쪽’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먼저 무례하게 나와 기분이 상했다”고 해명했다. ‘마카롱 시보떡’을 두고는 “과거 본인이 마카롱을 돌렸을 때 반응이 좋아서 강요가 아니라 제안을 한 것”이라고 했다.
A씨의 해명에도 징계위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징계를 내렸다. 징계위는 “제보자가 낸 대화 내용을 보면 상대방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발언이 명백하다. ‘못 자른다’는 발언 역시 직종의 차이를 거론하며 조직 내 위화감을 주는 행위”라며 “시보떡 등 관행은 근절돼야 할 잘못된 문화인데도 혐의자는 먼저 잘못된 관행을 부추기는 발언을 해 시보공무원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조직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다”고 했다. 징계위는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징계인 견책 처분을 내렸다.
공직사회의 경직된 조직문화는 저임금·장시간노동 등과 함께 2030세대 공무원들의 주된 퇴사 사유다. 지난해 한 온라인 공무원 커뮤니티에는 “시보를 끝낸 동기가 형편이 어려워 백설기 하나만 돌렸더니 옆 팀 팀장이 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동기가 한참을 울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세종시의 한 20대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유족들은 숨진 공무원이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7월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중앙·지방 공공기관 노동자 23.9%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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