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만8704건(2013년)→46만2186건(2022년)
10년 새 절반 이상 줄어든 이 수치는 16~19세 고등학생의 헌혈 건수다. 고등학생들은 2013년 우리나라 전체 헌혈 실적의 36%를 담당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약 17%로 줄었다. 대한민국 혈액 공급 삼 분의 일을 책임지던 기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절벽이 곧 '혈액 절벽'까지 불러올 것은 자명하다.
피 뽑을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캠페인을 통해 헌혈률을 올리는 방법으론 혈액 절벽을 막을 순 없다. 혈액 '공급' 관리를 넘어 '수요'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무분별한 수혈로 인한 혈액 낭비를 막는 등 의료현장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직 의료현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환자혈액관리' 개념의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 수혈 의존을 줄일 약제 사용의 확대와 헌혈을 대체할 인공 혈액 개발 등 다양한 대안도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다.
"막말로 대한민국 헌혈 정책은 60만 군인의 피 쥐어짜 내는 것 아닙니까."
김태엽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회장(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헌혈 실태를 이렇게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10~20대 젊은 층은 한때 대한민국 혈액 공급의 80%를 담당했었다.
2013년 16~19세(10대)의 헌혈 실적은 105만8704건이었다. 그해 전체 헌혈 실적의 36.3%를 차지했다. 20~29세(20대) 헌혈 실적은 같은 해 123만1995건으로 42.3% 비율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 연령대 헌혈 실적은 10년 새 꾸준하게 줄었다. 특히 10대의 감소 폭이 가팔랐다. 2016년 16~19세 헌혈 실적은 92만2574건을 기록해 100만건대가 깨졌다. 2018년에는 전체 헌혈 실적에서 이들 연령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9.6%로 집계돼 30%대 벽이 무너졌다. 2013년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난해 헌혈 실적은 46만2186건(17.4%)이다. 2005년 통계 작성 시작 이후 역대 최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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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부터 혈액 수급 '심각' 단계가 닥칠 수 있다.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인구 추계에 따르면, 올해 헌혈 인구 수는 197만3650명으로 추산된다. 이를 통해 일평균 5407유닛 혈액이 헌혈로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올해 기준 일평균 혈액 소요량 예상치인 5482유닛보다 적다. 혈액 수급 위기 단계 중 '심각'(1일분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태엽 교수는 "헌혈로는 더는 혈액 공급 부족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서의 혈액 사용량을 극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액 '공급'보다 '수요' 관리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슬관절(무릎) 수술 수혈률은 78%다. 미국(8%)이나 호주(14%)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심장 수술 수혈률도 76~95%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29%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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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환자의 수혈을 줄이는 신약 '레블로질'도 대안으로 언급된다. 레블로질은 골수이형성증후군(MDS) 치료제로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은 뒤 지난달에야 출시됐다. MDS 환자는 3~4주 간격마다 수시로 수혈받아야 하는데 이 때문에 삶의 질 저하가 크다. 6~7년째 지속적으로 수혈받는 환자도 있다. 레블로질은 환자의 수혈 빈도를 줄일 수 있어 출시 전부터 주목받았지만 현재 건강보험 미적용으로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인공혈액' 연구·개발(R&D)이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471억원을 들여 '세포 기반 인공혈액' 기술 개발에 나선다. 2032년부터 인공 적혈구·혈소판제제를 대량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한다. 2037년에는 인공혈액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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