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사상 처음으로 베트남에 해외 분교 설립을 추진한다. 이른바 ‘서울대 호찌민캠퍼스’에서 학부 과정을 밟은 베트남 우수 인력을 서울대 대학원생으로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인구 감소로 대학원 입학생이 줄어 연구개발 전문가와 고숙련 근로자를 원활히 공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마련한 고육책으로 파악된다. 서울대는 2030년대가 되면 내국인 대학원생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는 최근 ‘중장기 발전 계획’ 보고서에 5년 내 호찌민대와 공동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을 담았다. 서울대는 호찌민에 캠퍼스를 열고 학부 때부터 한국식 커리큘럼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우수 인력을 서울 본교 대학원에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가 해외 분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원에 진학할 학생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전망에 따르면 대학 학령인구(만 18~21세)는 지난해 225만8000명에서 2030년 187만4000명으로 약 10년 만에 17% 급감한다. 대학생 다수가 졸업 후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경향을 감안하면 대학원 입학생 부족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열악한 처우 등으로 국내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는 추세인데 여기에 ‘인구 충격’까지 덮치면 대부분 연구실 운영이 힘들어질 수 있다.
서울대는 지금도 외국인 유학생의 대학원 입학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우수 외국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해외 학부 졸업 후 대학원에 입학하는 경우 학습 수준이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현지에서 학부 지식을 교육한 뒤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가 해외에 종합대학 수준의 분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아프리카와 몽골 등에서 요청이 들어와 특정 학과가 교육과정 개설을 추진한 적은 있지만 서울대가 주도적으로 분원 설립에 나선 적은 없었다.
서울대는 베트남 호찌민대와 캠퍼스 설립과 관련해 상당 부분 공감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 새 서울대 총장이 선출되면 실무 작업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대는 베트남 분원 설립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되면 10년 내 다른 대학과 공동대학을 설립하는 방안도 2차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서울대는 이와 함께 중장기적으로 학부생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가 마련한 ‘중장기 발전 계획’에는 “사회 문화적 변화와 교육 수요자 요구를 반영한 입학정원의 조정 및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학과 간 장벽을 단계적으로 폐지해 평생교육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 역시 인구 감소를 고려한 것이다.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까지 대학원생 모집을 걱정하고 학부 정원 감축을 고려하는 것은 인구 충격에 대한 대학의 위기의식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증거다. 지방대와 사립대에선 이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국 사립대 118곳 중 85곳(72%)이 2020년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85개 대학의 적자 총액은 4200억원으로 2019년(2727억원)보다 54%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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