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이 수위를 낮춰 다시 시도됐다. 45년 후 행해진 실험에서도 사람들의 ‘권위에 대한 복종’ 성향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산타클라라 대학 제리 버거 박사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밀그램 실험을 재현했다”면서 “사람들을 특정 상황에 두면 인권이 훼손되는 상황에서도 권위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61년 예일대 교수인 스탠리 밀그램 박사가 했던 실험을 그대로 재현했다.
당시 밀그램 박사는 가짜 전기충격 장치에 미리 훈련된 연기자를 앉혀 놓은 후, 실험 참가자들에게 그가 질문에 잘못 대답할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되 강도를 점점 더 높이도록 했다. 이 실험에서 연기자의 고통스런 비명을 듣고도 “계속 하라”는 실험자의 명령에 1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가한 사람이 전체 참가자의 82.5%가 돼 사회적으로 충격을 몰고 왔다. 최고 450볼트의 전기충격을 준 사람도 있었다. 밀그램 박사는 이 실험으로 윤리성 논란과 함께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 왔고, 결국 美 정신분석학회로부터 한 해 동안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 점을 상기해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하되, 전기충격 강도가 150볼트에 이르면 실험 참가자에게 멈출 것을 요구했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150볼트’ 시점에서 포기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20~81세 사이 평범한 미국 성인 남녀 각 29명, 41명. 이들 역시 가짜 전기충격 장치에 앉아 있는 연기자가 대답을 잘못 하면 전기충격을 주도록 돼 있었다.
실험 결과, 실험 참가자의 70%가 150볼트 시점에서 실험자의 멈추라는 명령에도 계속 전기충격을 주려고 했다. 실험 내용을 다 아는 연기자가 150볼트에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뛰쳐나간 뒤에도 여전히 63%는 150볼트 이상의 전기충격을 주려고 했다.
이에 대해 버거 박사는 “연기자가 고통스럽다고 울부짖어도 참가자의 70%는 계속 실험자들의 명령에 따라 전기충격을 주려 했다”면서 “놀랍고도 실망스러운 결과를 재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버거 박사는 또 “실험실 연구에서부터 대량학살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권위에 복종해 예상 밖의 잔인한 행동을 하는 데 기여하는 사회ㆍ심리적 요인을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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