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087560?sid=104
유럽 대륙을 짓누르는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피해가 일파만파다. 올해 프랑스에서 발생한 산불 면적이 서울의 전체 면적과 비슷한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최근 남서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수일간 화마를 내뿜으며 74㎢의 토지를 더 태웠다. '서유럽 내륙 운송의 심장'인 라인강이 메마르면서 물류난과 생산난을 부추기고 있으며, 유럽 전역의 곡물 생산량 역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에 '기후발(發) 악재'가 추가 상승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 4일만에 남서부 산불 확산 저지...올해 산불 면적만 600㎢
프랑스 소방당국은 13일(현지시간) "(남서부 지롱드주의) 화재는 상당한 수단을 동원한 덕분에 더는 확산하지 않고 있다"며 고속도로를 다시 개통했다고 밝혔다. 앞서 9일 시작된 시작된 지롱드주 화재는 74㎢에 달하는 면적을 태웠는데, 이는 약 30만 명이 거주하는 서부 도시 낭트보다 큰 규모다. 1만 명 이상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커지는데도 불길이 잡히지 않자 그리스,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도 지원 인력을 급파했다. 1000명이 넘는 프랑스 소방 인력과 수백 명의 유럽 인력이 투입되면서 가까스로 나흘 만에 불길이 잡힌 것이다.
올해 프랑스가 겪은 대형 산불 피해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롱드주가 속한 프랑스 남서부는 이미 지난달 산불로 인해 200㎢의 숲이 소실된 바 있다. 유럽산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프랑스에서는 지금까지 600㎢ 이상의 토지가 불길에 휩싸였다. 이는 2006~2021년 평균의 약 6배에 달할 뿐 아니라, 서울 면적(605.24㎢)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유럽 곳곳에서 40도가 넘는 더위가 펼쳐지는 가운데 프랑스의 7월 강우량이 1959년 이후 최소치인 9.7㎜에 불과했던 결과다.
◆라인강 수위는 40㎝ 밑으로...기업들, 물류난·생산난 호소
스위스·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가로지르며 서유럽 내륙 운송의 핵심으로 기능하는 라인강의 상황 역시 심각하다. 영국 가디언은 13일 라인강 수위 측정 대표 지점인 독일 남서부 도시 카우브 유역의 수위가 40㎝ 밑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화물을 가득 채운 선박을 안정적으로 운항하는 데 필요한 수위인 150㎝에 크게 못 미칠 뿐 아니라, 사실상 운하 기능을 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되는 수위다. 더 나아가 독일 수로해운청은 향후 3~4일간 카우브 지점의 수위가 10~15㎝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뒤스부르크·쾰른 같은 주요 지점의 수위가 최근 10년간 6~8월 평균 대비 30~50%가량 낮아진 상태다. 8월 초 기준으로 유럽 땅의 46%에 가뭄 경보가 발령되는 등 극심한 더위와 메마름 속에 라인강의 저수위 기간이 평년 대비 2개월 앞당겨졌다는 평가다.
스위스·프랑스·독일·네덜란드를 가로지르며 연간 2억 톤의 화물을 운송하는 라인강의 수위가 급감하며 기업들은 물류난과 생산 차질에 직면했다. 독일 내륙항법협회(DTG)의 로베르토 스프란지 이사는 도이체벨레(DW)에 “선박의 적재 능력이 평소의 25~35%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유니퍼는 라인강을 통한 석탄 공급 차질로 주요 석탄화력발전소 2곳의 생산량을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화학 기업 BASF도 감산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인강 수위 급감으로 독일 성장률 1% 이하로 떨어질 수도"
라인강이 서유럽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유럽 경제, 특히 라인강과 가장 많이 맞닿은 독일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내륙 수상 운송의 80%를 담당하는 라인강은 물류 부문의 경제적 가치만 8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독일 내 석탄·원유·천연가스 수송량의 약 30%를 책임질 정도로 공급망에서의 역할도 크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라인강이 마를 경우 인근에 생산 설비를 보유한 기업들의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슈테판 슈나이더 이코노미스트는 “라인강 수위가 계속 낮아진다면 1.2%로 전망되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이 1%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우브 유역 수위를 27㎝까지 떨어뜨린 2018년 10월의 가뭄은 독일 국내총생산(GDP)을 0.4%나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곡물 수확량도 감소 예상...'사상 최고' 유럽 인플레 상승 압력 받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물류난은 사상 최고 수준인 8.9%(7월 유로존 기준)로 치솟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에도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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