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안돼" 집단소송…업자들 탐내던 '신안' 무슨 일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신안군 임자도 신명마을 주민 17명은 신안군을 상대로 임자도에서 진행 중인 110만7000㎡(33만평)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를 중단하라는 공사중지가처분신청 및 개발행위허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공사는 2020년 1월 시공업체가 신안군으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지난해 6월 착공했다.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부지는 임자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던 염전이었다.
신명마을 주민들은 “집 앞까지 파고든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로 인한 소음·분진·진동 피해를 보고 있지만, 신안군이나 사업자의 주민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면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염전 등으로 이어오던 생계까지 타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집 앞까지 태양광 파고들었다”
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은 태양광 발전시설 설립 기준이 담긴 ‘신안군 도시계획 조례’상 주민이 실거주하는 민가가 10호 이상 밀집된 지역으로부터 100m 내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세울 수 없는데도 신안군이 위법적인 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한다.
주민들은 광주지방법원 등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태양광 발전시설과 주민 주택과 최소 이격 거리는 3m에 불과하다”며 “민가가 10호 이상 밀집된 지역의 또 다른 주민들도 태양광 발전시설과 거리가 34~65m 등 100m 내로 인접해 조례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염전 대신 태양광 들어서는 신안
전국 최대 천일염 주산지인 신안은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태양광 업자들이 탐내는 곳이다. 신안군이 2018년 태양광 사업자가 시설에 인접한 주민들과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조례’를 제정한 이후 태양광 시설 유입이 가속화됐다.
이익공유는 이른바 ‘태양광 연금’ 형태로 발전시설로부터 500m 이내에 위치한 가구는 1인당 매년 204만 원, 1㎞ 이내는 136만 원, 1㎞ 이상은 68만 원을 배당받는다.
신안군에 따르면 2018년부터 3년간 내준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는 2066건으로 면적 기준 1417만㎡(428만평) 규모에 달한다. 신안군 관계자는 “3년간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 중 60% 상당이 염전을 대상으로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안에서 천일염을 만들어왔던 염전업자들은 “염전을 빌려 소작하는 임차인들은 보상금만 받고 신안을 떠야 할 판”이라고 호소한다. 일부 천일염 생산자들은 태양광 개발로 인한 집단 손해배상 소송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인도 모르는 용도변경?
집단소송에 참여한 주민 A씨는 “신안군이 태양광 발전시설을 허가하기 위해 이격거리 문제를 해소하려고 주인도 모르는 무단 건축물 용도변경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A씨는 자신의 거주지가 불과 3m 떨어진 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서게 한 신안군의 개발행위허가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소유한 토지의 건축물대장을 찾아보니 ‘2종 근린시설’로 등록된 새우젓 생산시설이 2019년 12월 ‘창고’로 용도변경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A씨는 “주민편의시설에 속하는 ‘2종 근린시설’ 코앞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오면 문제가 되니 신안군이 2020년 1월 개발행위 허가를 내주기 1개월 전 급하게 직권으로 변경한 것”이라며 “무단 용도변경에도 불구하고 해당 토지에 실거주 주택도 있기 때문에 개발허가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신안군 “주거 밀집지역 아니다”
신안군은 “집단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의 주거지가 ‘민가 밀집지역’이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신명마을 주민들의 주거지가 마을 앞에 놓인 도로를 타고 선형으로 분포됐기 때문에 주택 간 거리가 넓어 밀집지역으로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신안군은 주인도 모르는 용도변경 절차가 이뤄진 점에 대해서는 “전남도에서 건축물대장 목록 정비 차원에서 용도변경 행정절차 대상에 포함된 것”이라며 “창고시설만 있는 것으로 보고 허가가 나간 것 같지만, 사업자가 소송 등 문제를 인지하고 주택 등과 거리를 벌릴 수 있도록 사업계획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고 했다.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174694?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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