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전 금강통제소 전화받은 흥덕구청 '범람 위기' 보고도 충북도청과 공유 안 해
'교통통제권' 가진 도청 "물 50㎝ 차올라야 통제…당시 그런 징후 없어"
위험 신호 많았는데 참사 유관기관 누구도 선제적 대응 없었다…뒤늦게 '네 탓' 공방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22명(잠정)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관계 기관의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면서, 향후 진행될 경찰의 전방위 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해보면 사고 발생 최소 2시간 전부터 여러 차례 위험 신호가 감지됐지만 도로 통제 등 안전조치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폭우로 불어난 청주 미호강 물이 무너진 제방을 넘어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덮친 시간은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다.
앞서 금강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4시 10분께 지하차도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미호천교 지점에 대해 '홍수경보'를 발령하고,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76개 기관에 통보문을 전달했다.
이후에도 물이 계속 차올라 범람 위기에 다다르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 흥덕구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리고, 주변 주민통제와 대피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사고 발생 2시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정작 지방도에 속한 오송 지하차도의 관리주체인 충북도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유선 통보는 매뉴얼에는 없는 것으로 지하차도가 있는 주소에 따라 관할청인 흥덕구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 것이며, 유관기관에 전파할 것으로 여겼다는 게 금강홍수통제소 측의 설명이다.
금강홍수통제소의 예상과 달리 흥덕구는 이 같은 사실을 본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다.
사고 발생 약 50분 전 주민 신고도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께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인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오전 8시 3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고, 상황실은 이 사실을 청주시 당직실에도 즉각 전달했지만 이 역시 도로 관리주체인 도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 경찰 상황실에는 오전 7시 58분께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관할 파출소 직원들이 모두 다른 침수현장에 나가 있는 상태여서 대응이 지연됐다.
경찰은 재난안전망을 통해 상황을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계 기관에 전파했다고 했으나, 미호강 하천수로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아무런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부실대응 논란이 거세지자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전화는 대국민 안전문자 내용과 동일해 본청 부서로만 전달한 것이고, 나머지 상황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청주시 관계자는 "시청에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북도가 도로 통제 여부를 결정해야 옳았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 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통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단시간에 물이 차올라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며 사고 원인으로 무너진 제방을 지목했다.
지하차도와 400∼500m가량 떨어진 제방이 부실하게 관리됐다는 주민 주장도 나온다.
무너진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한 임시제방이다.
하지만 행복청 관계자는 "임시제방은 홍수를 대비해 오히려 홍수 수위보다 1m 높게 설치했다"면서 "이번에 홍수 수준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결국 재난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기관 간 상황 공유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책임을 지려는 기관은 하나도 없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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