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134107?sid=104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가운데 실질임금도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에 식비를 줄이는 이들이 늘어나는 한편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자 요금 납부 거부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실질임금은 작년 동기 대비 3% 하락했다. 이는 기록이 시작된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실질임금이 하락한 이유는 물가 상승률과 관련이 있다. 이 기간 상여를 제외한 평균 임금이 4.7%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은 훨씬 높았다. 영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1%로 약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1982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영국 중앙은행 잉글랜드은행(BOE)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에너지 요금 인상 영향으로 연말 물가 상승률이 13%를 웃돌 것이라 예상했다.
특히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의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7월 물가 상승의 주요인은 식료품으로 빵, 시리얼, 우유, 치즈, 계란 등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의 7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11.6%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칸타르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평균 가구의 식료품 구매 비용이 연 533파운드(85만원)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 탓에 영국에서는 식비를 줄이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타임스가 지난 8∼9일 공동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는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다. 39%는 슈퍼에서 평소에 사던 품목을 집었다가 가격이 부담돼서 도로 내려놨다고 말했다. 16%는 지난 6개월간 돈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뛰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면서 가계 살림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영국 가구에 부과되는 에너지 요금 상한선은 연간 1971파운드(약 311만원)다. 연간 1277파운드(약 202만원)였던 지난해 10월에 비해 50% 넘게 올랐다.
데보프라팀 데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요금 인상에 대해 "저소득층 가구는 에너지 비용 소득이 2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내년 1월이면 전기·가스 평균 요금이 월급의 6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자 영국에서는 에너지 요금 납부 거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에너지 요금 납부 거부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단체 '돈트페이(Don't Pay)'는 "17만명 넘는 영국 국민들이 오는 10월부터 전기와 가스요금 납부 중단을 서약했다"고 밝혔다. 10월1일까지 100만 명의 서명을 받은 뒤 정부가 위기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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