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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조사관, 기체각도 낮추는 MCAS가 사고원인 '예비 결론'
"피치 업, 피치 업(Pitch up·고도를 올려)!"
지난 3월 10일 탑승자 157명 전원이 사망한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기 '보잉737맥스8'의 블랙박스에 담긴 조종사의 마지막 외침은 필사적이었다. 조종사는 반복해서 밑으로 고꾸라지는 기체의 고도를 높이기 위해 끝까지 애썼으나 비행기는 끝내 추락하고 말았다.
보잉737맥스8 기종은 작년 10월에도 인도네시아 해상에서 갑자기 고도가 낮아지면서 추락해 189명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이 여객기 조종사도 '긴급 교범'을 들춰보며 밑으로 기체가 고꾸라지는 원인을 찾으려 한 것이 조종석 음성 녹음 장치에 의해 밝혀졌다. 두 사건이 조종사가 어찌하지 못할 동일한 기체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 시각)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기의 블랙박스와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 항적 기록 데이터(ADSB) 등을 종합해 미국 사고 조사관들이 기체의 각도를 자동으로 떨어뜨리는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예비 결론'을 냈다고 보도했다.
WSJ는 블랙박스 기록과 조사관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추락 사고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케냐 나이로비행(行) ET302편 항공기는 지난 10일 오전 8시 38분 활주로에서 속도를 높이며 이륙했다.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시야에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8시 39분 비행기가 해발 2400 m에 달하는 순간 기체가 급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장 야레드 게타츄는 여객기의 고도를 높이기 위해 기수를 올렸지만 소용없었다. 위험을 감지한 조종사 아흐메드 누르 모함메드는 즉시 관제탑에 "비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다.
8시 40분부터 기체가 급강하를 시작하면서 비행기 전체가 좌우로 크게 떨렸다. 한 조종사는 마지막까지 "고도를 올려"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결국 여객기는 8시 44분 활주로에서 불과 5㎞가량 떨어진 곳에서 땅에 곤두박질쳤다. 조사관들은 기체가 상승 중에 갑자기 급하강하며 추락한 것으로 보아, MCAS 오작동을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다. MCAS는 기체와 앞에서 불어오는 바람 사이의 각도인 '받음각'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장치다. 쉽게 말해 비행기 앞쪽이 점점 들려 올려지면 받음각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비행기는 이륙 후 점차 각도를 높여 가면서 고도를 상승시킨다. 그런데 기체가 너무 각도를 높여 받음각이 커지면, 바람의 저항이 커져서 기체가 잘 뜨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MCAS가 자동으로 후미의 수평꼬리날개를 세워 기체의 각도를 강제로 낮춘다고 한다. 그런데 사고기에서는 받음각이 크지도 않은데 큰 것으로 잘못 인식해 기수를 강제로 낮추도록 오작동했다는 것이다. 사고가 기계 결함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지어지면서, 보잉사(社)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보잉737맥스8은 2017년 5월 새로 도입된 기종으로, MCAS 기능도 이때 처음 들어갔다.
로이터통신·포브스 등에 따르면 보잉은 조종사들에게 이 기능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고 매뉴얼에만 간략하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들은 MCAS의 정확한 작동법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보잉 측이 해당 기능에 대한 문제를 알고서도 무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보잉은 작년 10월 이 기종이 인도네시아에서 추락했을 때 이미 사고 원인을 MCAS로 추정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잉은 당시 "연말까지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그러나 업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행정부와 검찰은 보잉뿐 아니라 연방항공청(FAA)도 겨냥해 조사하고 있다. FAA는 2005년부터 기체의 안전검사를 항공기 제작업체가 스스로 하게 맡기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FAA가 보잉 측의 기체 결함을 알고서도 눈감아 줬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7일 시카고타임스가 인용한 FAA 관계자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사고 11일 전 FAA는 기술분석팀으로부터 'MCAS에 대한 문제를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받고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원우식 기자 ssikssik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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