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로 알려진 60대 남성의 돈을 노려 필리핀 여행을 유인한 뒤 현지에서 미성년 여성을 성추행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고 뇌물 비용이라며 수억원을 갈취하려 한 일당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변민선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된 이모(54)씨와 안모(45)씨에게 각 징역 3년6개월과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5월 피해자 A(65)씨에게 '함께 필리핀 여행에 가자'고 유인한 뒤, 현지에서 미성년을 성추행했다고 허위 신고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한 뇌물 비용이라며 8억3000만원을 갈취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씨와 안씨는 상당한 재력가로 알려진 A씨에게 '공돈이 생겨 경비를 지불하겠다'며 필리핀에 함께 여행을 가 리조트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는 이씨 등이 금품 갈취를 위해 필리핀 현지인과 사전에 공모했던 기획범죄였다.
리조트 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놀던 중 미성년 여성이 A씨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돈을 달라고 했고, A씨가 돈이 없다고 하자 안씨가 빌려줘 지불하게 했다. 이후 밖으로 나간 미성년 여성이 허위 신고를 해 현지 경찰관들이 출동했다.
A씨가 유치장에 머무는 이틀 동안 이씨 등은 "필리핀에서 미성년자 추행은 징역 12~20년이다. 상원의원에게 4억원, 경찰서장과 그 윗선에 2억원, 변호사 비용 1억3000만원, 합의금 1억원이 든다"고 겁을 줬다.
그러면서 안씨가 사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준비한 7억원이 있으니 우선 그걸로 사용하면 되니 한국에 돌아가서 돌려달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합의를 잘 봐라'고 했고, 이씨 등은 합의를 했다고 언급했다.
이후 석방된 A씨는 이씨 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고, 집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도 이씨 등은 "돈을 안 해주면 칼맞을 줄 알아라' 등의 취지로 겁을 줬다. A씨는 의심이 들기 시작해 신고했고, 경찰은 이씨와 안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변 부장판사는 "이씨 등 진술에 의해도 필리핀에서 성매매가 자유롭고 그 대금도 큰 부담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A씨가 중한 처벌을 감수하면서 미성년 여성과 단둘이 잠시 있는 기회에 강간하기 위해 때렸다는 건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A씨가 만취한 상태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 언제든 이씨 등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필리핀 경찰도 그 이후 어떠한 수사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누가 보더라도 허위신고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씨 등은 마치 A씨가 형사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합의금 마련 등 돈을 지출하는 문제만 집중적으로 얘기하며, A씨로부터 한국으로 귀국한 후 돈 지급 약속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또 "이 사건 이전부터 필리핀에서는 관광객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한 뒤 금품을 뜯는 기획범죄가 종종 발생했다"면서 "이씨 등과 현지 거주인이 경찰과 사전 공모해 A씨를 불법 체포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변 부장판사는 "범행방법이 매우 불량하고, 갈취하려는 금액 또한 8억3000만원에 이른다"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A씨가 급성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고 있고, 이씨와 안씨는 설득력 없는 변명을 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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