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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검찰이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정국이 더 짙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가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

인사청문회 앞둔 장관 후보자에

전방위 압수수색 영장 발부 처음

단순 의혹 아니라는 의심 커져

여권 ‘철통 엄호’ 분위기에 균열

‘사법개혁 적임자’ 당위성도 흔들

靑·여권 핵심, 압수수색 “몰랐다”

문재인 대통령 임명 강행 여부에 관심

게다가 검찰을 지휘해야 할 법무부 장관 후보다. 법원이 이날 대대적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은 조 후보자의 의혹이 단지 의혹만은 아니라는 세간의 의심을 키우고 있다. 악화한 여론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특히 검찰 수사를 받는 현직 법무부 장관은 보통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은 여권의 ‘조국 철통 엄호’ 전선에 적잖은 균열을 내는 분위기다. 당장 인사청문회까지 일주일 동안 ‘조국=사법개혁 최적임자’라는 여론전을 통해 ‘정면 돌파’를 시도하려던 여권의 구상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아니길 바란다”며 불만을 드러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한 달 전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해 희망을 줬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 인사들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놀랐다” “청문회를 앞두고 왜 압수수색을 했는지…”라고 말하는 등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검찰의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사찰 의혹' 수사 당시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때는 그 장소가 경내였던 만큼 사전에 검찰과 협의가 이뤄졌으나 이번은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이 ‘정권의 명운이 걸렸다’며 조 후보자 엄호에 나선 상황에서 아무리 윤 총장이라고 해도 사전 보고가 없었을까 하는 의구심은 남는다. 그렇더라도 이날 압수수색의 실행으로 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의 ‘오더’ 또는 ‘개입’은 없었다는 점 또한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 착수는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 강행 의지를 꺾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굳이 시간을 끌기보다는 오히려 속전속결로 조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이날 ‘조 후보자가 피의자 신분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상태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거꾸로 아무런 피의사실이 없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응수한 것이 단적인 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지명철회나 자진사퇴를 하는 흐름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다음 달 3일 ‘2일 이내’ 시한을 정해 조 후보자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고, 국회가 그 시한인 다음 달 5일까지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다음 달 6일 동남아 3개국 순방지에서 전자결재로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문 대통령의 ‘조국 사랑’이 남다르다고 해도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조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경우, 지명철회나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사태가 귀결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모든 게 끝났다”고 반응했다.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에 임명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수사가 진행되기 시작했고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이상 청문회가 끝났다고 곧바로 임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리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